트레킹 4일 차에는 캉진곰파(kyanjin gompa)에서 출발하여 체르코리(tserkori)를 오른 후 원점 회귀하였다. GPS를 나중에 켜서 GPX상 총거리는 6.58km, 상승고도 657m이지만 실제 거리는 약 9km, 상승고도 1116m이다. 최고 고도는 약 5,000m로 고소에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운행 시간 7시간 이상 소요되었고 남은 시간에는 롯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캉진곰파에서 출발 (07:00)
아쉽게도 초반 여정은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체르코리로 가는 여정은 밖이 어두운 새벽부터 시작된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6시쯤에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전날 롯지 아주머니께 부탁드린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점심으로 먹을 빵을 챙겨 롯지를 나섰다. 방한복과 행동식 외에는 전부 방에 놔두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경쾌하다. 바깥의 공기는 누가 꾹꾹 눌러놓은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 그 위에선 밝은 별들이 희미하게 가야 할 곳을 비추어 주었다.
초반에는 초행길로 가기에 너무 위험하다. 만약 어두운 시간대에 출발할 예정이라면 전 날에 사전 답사가 필수다. 사전 답사 할 시간이 없었다면 밝을 때에 가야 한다. 중간에 강을 건너는 곳도 있었는데 처음 가면 어디로 건너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발이라도 빠졌다가는 동상의 위험도 있으니 신중하게 진행하자.
캉진에서는 체르코리가 잘 보인다. 그쪽 방향으로 평지를 따라서 이동하다 보면 강을 만난다. 강을 건너면 그때부터 몇 시간 동안 오르막이 이어진다. 강을 제대로 건너면 길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사전 답사 때는 강을 지나는 것까지만 봐두자.
체르코리를 올라가는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한걸음을 뗄 때마다 더 좋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더 좋은 풍경을 위해 참고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꼭대기까지는 가지 못하는 누구라도 일단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도중에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험으로 남는다.
당시에는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인지 길이 참 위험하게 느껴졌다. 미끄러지면 나를 잡아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 잘 넘어지지 않을 정도긴 하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특히 어두우면 겁이 없어지기 때문에 해뜨기 전까지는 더 신경 써서 걷는 것이 좋다.
체르코리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 눈이 쌓인 구간이 있었다. 돌도 큼직큼직해서 미끄러지면 사이에 끼이기 딱 좋아 보였다. 눈이 덮여있어도 발이 빠지는 곳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지난 흔적이 없는 경우, 솔로로 선등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월 중순 눈이 적었던 해 기준) 위험할 때 미련 없이 돌아가는 판단력만 있으면 혼자 다니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르코리에 도착하다
체르코리 정상에서는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고, 하늘을 보고, 띵한 머리를 감싸 쥐고를 반복했다. 고도가 높으니 입맛도 별로 없었다. 롯지에서 가져온 빵이 너무 맛없기도 했다. 그래도 5,000m급 고지에 올랐다는 만족감이 모든 것을 무마했다. 오래 있으면 컨디션이 악화될 수 있으니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길
조립은 분해의 역순인 것처럼, 하산은 등산의 역순이다. 가는 길에, 내 멋대로 야크라고 결론지은 동물들이 많았다. 내가 지나가든 말든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야크 친구들을 지나치고 발을 헛디디지 않게끔 조심조심하면서 캉진곰파를 향했다.
캉진 곰파에 도착하다
내려가는 길에 앞에서 말한 그 개울에 발을 빠트렸다. 얼었다고 생각하고 밟았는데 아니었다. 깊지는 않았지만 물살이 세서 여차하면 저 밑까지 끌려갈 것 같았다. 다행히 강에 휩쓸리지는 않았지만, 남은 길에서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물이 찍찍 나왔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것도 다 체르코리를 올라갔다 왔기 때문이겠지.
도착해서는 얼른 신발을 말똥 난로에 말렸는데, 세기 조절을 잘 못해서 밑창이 녹아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잘 신고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닌 듯하다. 불을 피우는 난로여서 그런지 하루 만에 다 말라버렸다. 찝찝하지 않게 하산할 수 있어서 완전 럭키비키.
마음만 먹으면 오늘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만, 신발도 젖었고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 더 묵었다. 빨리 하산하고 싶은 분은 나처럼 캉진에 묵지 말고, 체르코리를 다녀온 날에 랑탕까지 하산해서 다음 날 나머지를 하산하도록 하자. 또는 나처럼 캉진에 묵고 다음 날에 30km를 하산해도 된다. 추천은 하지 않는다.
그날 밤은 마침 밤에 눈이 떠져서 좋은 별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롯지 정산
총 6끼(체르코리 점심 포함), 밀크티, 2박 룸 차지를 더해서 총 6,600루피. 글씨를 잘 쓰셔서 알아보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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